내려놓기
가을이 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올 한해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일까.
유독 생각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무엇인가를 마무리를 해야할 계절이 왔기 때문일까.
올해 여름은 유난히 길었다. 아직 서울의 잎은 푸르고 예년보다 단풍이 늦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깊어질 시점이 이른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한 해가 거듭날 수록 조금씩 차분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내가 차분해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기대감을 내려놓는 것일까?
삶에서 누군가와 무엇인가에 기대하는 것들에 초점을 흐트리고 있는 것일까.
사진을 찍다보면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하다.
초점을 맞춰야 피사체를 뚜렷하게 관찰하고, 모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무언가의 행위를 해야하고 더욱이 노력을 해야한다.
요즘은 초점을 맞추지 않아 흐릿한 모습또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아직 사회 초년생이다. 아니, 어쩌면 사회 초년생은 아니다.
24살 군대를 전역하고 많은 알바와 직장 생활, 28살부터 개발자로써 직장 생활을 시작했으니 어쩌면 성숙한 사회인 일수도 있다.
개발자를 시작하면서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했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어쩌면 내 삶에 구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연기를 그만두고, 여행을 좋아해 관광 분야에서 직업을 가져야겠다 생각하고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코로나라는 변수.
창업을 하자 생각하고 독학했던 앱개발을 시작으로 개발이 재미있어 현재는 개발자로 살고 있다.
평상시에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고 학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공부한 만큼 연봉을 높일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에 정말 많이 공부했다.
이전 직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운이 좋아서 만족스러운 연봉으로 개발자를 시작했다.
공부한 만큼, 노력한 만큼 좋은 보상을 받을것 같았고 앞으로 내 커리어는 탄탄대로를 걸을것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작년의 어지러웠던 사건들과, 올해까지 이어진 어려운 현실에 깨지고 깨지며 현실의 쓴 맛을 깊게 맛보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기대감을 내려놓게 되었다. 자의도 아니지만, 타의에 의한 내려놓음도 아니다.
그렇게 내려놓으니 마음은 편하다. 기대감을 내려놓으니 본질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인가 기대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때 느끼는 실망감은 참 크다.
근데, 그 기대감은 내가 만든 기대감일 확률이 높다.
내 상상 속에서 만든 누군가, 내 상상 속에서 만든 상황들에 기대하게 되고, 그 기대는 당연히 현실에 미치지 못하며
현실에 미치지 못한 기대감에 실망하고 마음을 다치고 만다.
나는 돌이켜보면 그랬다.
내가 만든 상황들과, 내가 만든 내 주변 사람들로 인해 많이 마음을 다쳤던 것 같다.
결국 돌이켜보면 그렇다. 내가 기대를 만든것이 아닐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고,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것.
결국엔 내려놓게된다. 기대감을
내 마음속에서 만들어낸 허구의 상황을 기대하는 것을, 내 마음속에서 착각하는 누군가는 그럴것이다 라는 망상을 내려놓는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아니다. 내려놓고 내 상황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자.
이렇게 다짐하지만 또 다시 나는 기대를 하게 될 것이다.
기대감에 부풀어 무엇인가 다시 착각하게 될 때 오늘을 생각해야겠다.